“이 영광 온 겨레에게” 1974년 7월13일자 경향신문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출전했던 정명훈 군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1면에 게재했다.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정명훈 군은 2등을 수상했다. 하지만 당시 시대 상황에서 1등, 2등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국제적인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국위 선양’이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가 열렸고, 시청 앞 광장에서는 환영식이 진행되었다.1970~80년대는 카퍼레이드의 시대였다. 스포츠 대회는 물론이고, 기능올
지난 19일 언론은 일제히 영국 에너지 그룹인 BP의 자료를 인용하여, 지난해 한국의 석탄 소비량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OECD 주요국인 미국(-4.3%), 일본(-2.1%), 독일(-7.2%), 영국(-16.6%)과 달리 한국은 석탄 소비량이 늘어났다. 이에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사설과 보도를 통해 ‘탈원전 정책 탓에 OECD 주요국 중 한국만 석탄 소비가 늘었다’며 또 다시 ‘기-승-전-탈원전 반대’를 이어갔다. 핵발전 비중을 억지로 줄이려다 보니 석탄화력발전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정책으로 국내 여론이 뜨겁다. 대대적인 일본 제품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일본 여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과정에서 내년 도쿄 올림픽 참가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 2013년 아베 일본 총리는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시 아베 총리가 말한 “Under Control”은 이후에도 많이 회자되었다. 하지만 당시 이 발언에 대해 일본 언론조차 의구심을 표했다. 아사히 신문은 당시 보도를 통해 “방사성 물질 봉쇄
지난 12일 자유한국당은 ‘에너지정책 파탄 및 비리 규명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름처럼 이 특위는 자유한국당이 진행해 온 탈원전 정책 반대 운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원전정책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 특별위원회’나 ‘재앙적 탈원전 저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특별위원회’ 같은 긴 이름의 특별위원회를 수차례 만들어왔다. 흔히 정당에서 만드는 특위는 ‘진상 규명’이나 ‘대책 마련’ 같은 이름이 붙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이들 위원회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거나 대책이 마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각종 발언으로 정치 공세만 강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
흔히 핵산업계에서는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는 근거로 ‘다중 방벽’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핵발전소는 사고 시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5겹의 다중 방벽을 둔다. 1단계 핵연료 펠릿, 2단계 핵연료 피폭관, 3단계 원자로 용기, 4단계 격납 건물 철판, 5단계 콘크리트 격납 건물이 바로 그것이다. 다중 방벽 중 1, 2단계는 핵연료를 감싸는 것이고, 3단계는 원자로 용기이기 때문에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4, 5단계인 격납 건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두께 1.2m에 달하는 콘크리트 격
최근 보수 언론의 핵발전 관련 보도를 보고 있으면, 어떤 단어를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문제를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기-승-전-탈원전 반대’ 기사가 쏟아져 나온 지 벌써 2년이 되었지만, 갈수록 강도가 강해진다. 특히 최근 UAE 핵발전소 기술 유출 논란이나 영광 한빛 1호기 사고를 둘러싼 기사를 보고 있으면 할 말을 잃는다. 이들 사건에 대해 모두 ‘탈원전 정책 탓’을 하고 있으나, 정작 탈원전과 상관없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묵묵히 핵발전소 운영 현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을 모독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
매년 여름이면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진다. 에어컨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기사도 늘어나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없애자는 주장도 많아진다. 최근에는 탈원전정책 탓에 전기요금이 올라갈 것이라는 찬핵 진영의 주장까지 겹치면서 연례행사처럼 여름철이면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쟁이 많아진다.하지만 몇 년째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의는 여름철, 가정용, 누진제 이 3가지 주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같은 근본적인 논의는 계속 늦춰져 있고, 가장 기초적인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는
지난 10일 영광(한빛) 핵발전소 1호기가 갑자기 멈춘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영광 1호기는 1월과 3월 화재로 오랫동안 정비가 지연되다가 지난 9일 재가동됐다. 재가동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발전소가 멈추자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왜 발전소가 멈췄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원안위가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발전소 재가동 시험 중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의 18%까지 급증했고, 원자로 조종면허가 없는 사람이 제어봉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출력 급증에도 원자로를 멈추지 않았다가 12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탈핵·탈석탄·에너지전환 정책을 공약을 내세웠다. 국민들의 기대감 또한 높았다. 탈석탄·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은 ‘좋아요’ 클릭 수 1위와 3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동해안 지진과 미세먼지 문제로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그만큼 컸다. 이에...
지난 19일 오전 서울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가 열렸다. 5년마다 수립되는 에너지기본게획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전망하고 이에 따른 수요 목표, 에너지원 구성, 효율 향상이나 안전관리 대책 등을 다루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주기가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기 때문에 보통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이나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이 수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와 조기 대선 등으로 이번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먼저 수립되었다. ...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다양한 ‘가짜뉴스’가 있었다. 태양광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라든가, 탈원전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가 늘어나게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언론이 ‘팩트 체크’ 형식 기사를 통해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보도를 했지만, 사회적인 이슈를 탈원전 정책과 연관 짓는 일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는 주로 일부의 진실을 ‘침소봉대’하거나 전혀 상관없는 사안을 서로 무리하게 연결시키는 것들이다. 국내에서 생산·수입된 적이 없는 카드뮴-텔루라이드 태양광...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참이던 2017년 3월, 부산에서 TV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TV 토론회에는 안철수, 손학규, 박주선 3명이 참석했는데, 이 토론회에서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 지역 영남권’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해 손학규 후보는 “2050년까지 한반도 비핵화를 국가 목표로 설정하겠다”라며 “2030년까지 12개 원전의 설계수명을 단축하고, 2050년까지 13개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라며 정책을 발표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고리 원전 반경 30km 이내에 인구 380만 명이...
봄철이 되면서 미세먼지가 짙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사회적 논란도 커졌다. 중국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댓글이 인터넷엔 넘쳐나고, 국내 미세먼지 대책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등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관련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이처럼 혼란이 계속되면 항상 근거 없는 속설이나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가 늘었다‘는 보수 야당과 핵산업계의...
최근 전국 원자력공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소속 대학생들이 서울역과 대전역 등지에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핵산업계와 보수 야당이 탈원전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서명운동은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그런데 캠페인 내용이 좀 색다르다. 이들은 ‘북극곰님이 원자력을 좋아합니다’라는 내용의 유인물과 현수막을 만들어 캠페인에 사용하고 있다. 북극곰 사진이 크게 들어간 배너와 유인물도 보인다. 초록색 어깨띠까지 함께 두르고 있어 멀리서 보면, 환경 단체에서 기후변화 캠페인을 ...
지난 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 운영허가안을 의결했다. 핵발전소 건설에는 논란이 많지만, 신고리 3·4호기는 건설과정에서 특히 논란이 많았다. 2008년 건설 허가를 받은 신고리 3·4호기는 완공을 앞둔 2013년, 인증서 위·변조 사건으로 인해 설치된 케이블을 모두 철거하고 재설치하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었다. 당시 교체되었던 케이블 길이만 1000km가 넘었고,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2014년에는 신고리 3호기 보조건물에서 질소 누출사고가 일어나 노동자 3명이 질식사하는 일이 일어났다. 20...
‘도장깨기’라는 말이 있다.최근 인터넷 상에서 맛 집을 찾아다는 것에도 이 말이 쓰면서 ‘성지순례’와 비슷한 말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지만, 원래 이 말은 무술 도장을 찾아 그 도장의 관장을 이기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1970~80년대 유행했던 홍콩 무술 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많았다. 영화뿐만 아니라 무술 세계에서는 실제로도 이런 일이 많았다. 맨손으로 소를 때려잡은 걸로 유명한 최영의(최배달)의 ‘도장깨기’는 지금도 종종 회자된다. 지난 1월21일자 한겨레신문 1면 하단 광고를 보고 문뜩 ‘도장깨기’가 떠올랐다. 한 찬핵...
전시 내각 총리로서 제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던 조르주 클레망소는 “전쟁은 군인들에게 맡겨놓기엔 너무나 심각한 문제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전쟁이 갖고 있는 특성과 문민통치의 중요성을 잘 간파한 말이다. 군인들이 없는 전쟁이란 상상할 수 없다.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그들이 없다면 전투는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로 끝날 것이다. 이들을 키우기 위해 국가에선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르주 클레망소는 이 간단한 상식을 몰라서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전쟁에는 단순히 군인들의 판단만을...
독일 미래학자이자 작가인 로버트 융크는 1977년 ‘원자력 제국’이란 책에서 핵발전에 내재된 억압과 폭력성을 비판했다. 그는 핵발전이 단순 환경파괴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비밀주의와 담합이 일상화된 국가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책이 나온 지 40년이 넘었지만, 한수원 납품 비리와 핵산업계 각종 스캔들을 생각하면 그의 분석은 한국 사회에 놀랍게 들어맞는다. 융크는 이런 모습을 ‘제국’에 비유해 ‘원자력 제국(Der Atomstaat)’이라고 불렀다. 세월이 흘러 그가 비판했던 원자력 제국은 하나 둘...
핵폐기물은 핵발전을 하는 모든 나라의 골치덩어리다. 핵발전소를 처음 개발했던 1950년대, 당시 핵공학자들은 핵폐기물 처분 방안이 조만간 개발될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낙관주의는 여지없이 깨졌다. 이후 6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고준위핵폐기장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유일하게 핀란드가 핵폐기장을 건설하고 있을 뿐이다. 나라별로 혼란도 크다. 스웨덴에선 핵폐기물 보관용기가 부식될 우려가 제기돼 환경법원이 허가신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미국은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유카 산에서 수십년 동안 연구하고 있지만, 당장 처분장을...
“탈(脫)”이란 접두사는 명사 앞에 붙어 “그것을 벗어남”이란 뜻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탈핵(혹은 탈원전) 정책”이란 모든 핵발전소를 없애는 상황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을 뜻한다. 즉 핵발전소를 줄여가는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물론 현실에서 탈핵을 계량화하기는 좀 어려운 점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가동 중인 고리 2~4호기와 월성 2~4호기 등 6기의 핵발전소를 2023년까지 폐쇄하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4~6호기와 신울진 1,2호기 등 5기의 핵발전소 2023년까지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에 핵발전소는 ...